이기적인 사람과 거리 두는 법 – 영화 속 장면으로 알아보기

살다 보면 꼭 한 명쯤은 있습니다. 자기 할 말만 하고, 남의 말은 듣지 않고, 부탁은 잘하지만 정작 도와줄 땐 사라지는 사람. 겉으로는 친절하고 능력 있어 보이지만, 정작 함께 있으면 유난히 피로해지는 사람이죠. 저는 이런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혹시 내가 예민한 걸까?” 싶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확신이 들더군요. ‘이기적인 사람’은 확실히 존재하고, 그들과의 관계는 거리 조절이 필요하다는 걸요. 오늘은 영화 속 장면을 통해 그런 사람들과 어떻게 건강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을지 알아보려 합니다.

1.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 미란다의 말 한마디에 흔들리는 앤디

영화<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미란다는 명백한 이기적인 인물입니다. 일적으로는 완벽할지 몰라도, 부하 직원의 삶이나 감정은 고려하지 않죠. 앤디는 처음엔 그녀의 까다로운 기준과 모욕적인 언행에도 불구하고 참고 또 참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의 기준에 맞추느라 자신의 삶과 인간관계를 조금씩 잃어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죠.

이 장면은 우리가 이기적인 사람과 관계를 맺을 때 흔히 겪는 패턴을 보여줍니다. 그들은 먼저 칭찬과 기회를 미끼로 다가오고, 이후에는 점점 더 많은 것을 요구합니다. 처음엔 거절하지 못하다가, 결국엔 모든 것을 다 맞춰주게 되는 거죠.

심리학에서는 이런 관계를 '심리적 착취(emotional exploitation)'라고 부릅니다. 특히 자기애성 성격을 가진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자주 나타나며, 그들은 상대의 죄책감과 인정 욕구를 자극해 자신에게 유리하게 조종합니다.

앤디가 마지막에 미란다의 전화를 끊고 자리를 박차고 나오는 장면은, 관계를 정리한다는 것은 도망이 아니라, 자기 존중이라는 선택이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번 한 번만 부탁해”를 반복하던 지인이 결국 제 휴일까지 침범했을 때, 처음으로 단호하게 “안 돼”라고 말했던 그 순간, 묘하게 마음이 가벼워졌던 기억이 납니다.

2. <완벽한 타인> – 선 넘는 솔직함은 관계를 망칠 수도 있다

영화 <완벽한 타인>은 부부, 친구 사이의 감정과 경계가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휴대폰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모든 메시지를 공유하는 게임이 시작되면서, 등장인물들은 겉으론 웃지만 속으로는 점점 감정이 뒤틀립니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건, 누군가의 '솔직함'이 언제부터인가 상대의 감정을 침해하는 폭력이 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직설적인 화법이나 농담을 "원래 이런 성격이야"라며 합리화하지만, 사실은 그 이기심이 관계의 피로도를 높이는 원인이 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행동을 ‘감정적 침범(emotional intrusion)’이라고 합니다. 특히 친밀한 관계일수록, 상대의 반응을 고려하지 않고 내 감정이나 말만 앞세울 때, 상대방은 점점 감정을 억누르게 되고 결국 거리감을 느끼게 됩니다.

저 역시 “그냥 솔직하게 말한 건데 왜 그래?”라는 말을 자주 하던 지인이 떠오릅니다. 말은 솔직했지만, 정작 상대방을 위한 배려는 없었죠. 그와의 대화가 점점 부담스러워지고, 결국엔 연락조차 피하게 되더군요. 관계는 솔직함보다 서로의 경계를 존중하는 배려로 유지된다는 걸 그때 처음 배웠습니다.

3. 이기적인 사람과 건강하게 거리 두는 3가지 방법

첫째, 부탁을 받을 때 바로 대답하지 않고 "생각해볼게"라고 여유를 갖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이기적인 사람들은 빠른 수락을 기대하고 움직이기 때문에, 시간을 두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전략에 틈을 만들 수 있습니다.

둘째, 감정의 책임을 지우지 마세요. “내가 이렇게 말하면 상처받겠지”보다, “이건 나를 위한 결정”이라는 기준이 우선입니다. 나의 ‘싫음’을 설명하려 하기보다, 그저 ‘선언’하면 충분한 경우도 많습니다.

셋째, 반복되는 패턴을 기록해보세요. 언제 어떤 방식으로 나를 이용하려 드는지 적어보면, 감정이 아닌 '패턴'으로 상황을 인식하게 되어 덜 흔들리게 됩니다.

이기적인 사람과 완전히 단절하지 않더라도, 거리를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나의 피로도는 훨씬 줄어듭니다. 중요한 건 상대를 바꾸려 하지 않고, 나의 경계를 스스로 설정하는 것입니다.

마무리하며 – “싫은 걸 싫다고 말하는 용기”

모든 인간관계는 노력과 이해가 필요하지만, 그 노력이 일방적일 때 우리는 지치고 무너집니다. 영화 속 인물들은 그런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주며, 우리에게 한 가지 메시지를 건넵니다.

“싫은 건 싫다고 말해도 괜찮다.” 그 말이 때로는 관계를 지키는 시작이 되기도 합니다.

여러분 주변에도 혹시 늘 본인 이야기만 하는 사람, 부탁은 많지만 도와주지는 않는 사람이 떠오르시나요? 그렇다면 지금이 바로, 나를 지키는 경계를 다시 그려볼 시간일지도 모릅니다.